공지사항

제목 출판기념회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 작성일 2011-04-04 15:02:30

체코 작가 14명 소설집 한국어판 출판기념회
즉흥시 읊으며 문학파티…올샤 대사 "감격스럽다"

올샤 주한 체코대사 부부(왼쪽)와 고은 시인.
서울 홍익대 인근의 체코정보문화원.31일 저녁 이곳에서 이색적인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소설가인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 대사가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소재로 한 중 · 단편 소설집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행복한책읽기 펴냄)의 출간에 맞춰 고은 시인과 고씨의 부인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 등 문화계 인사 70여명을 초청했다. 시인이자 화가인 라르스 바리외 주한 스웨덴 대사도 참석했다.

이날 고씨는 "중세 유럽의 성을 연상시키는 문화원 건물 '캐슬프라하'를 보니 비행기도 타지 않고 프라하에 도착한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니 진짜 프라하는 여기에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출판기념회라기보다 파티 같은 분위기였다. 체코 와인과 소시지가 뷔페로 제공됐고 참석자들은 손에 와인 잔을 들고 얘기꽃을 피웠다.

올샤 대사는 "2008년 한국에 부임해 첫 공식 행사로 고은 시인의 체코어 번역시를 낭송했던 일이 기억난다"며 "이번에는 체코의 문학작품들을 한국어로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씨는 "오늘밤 체코 문학에 취해 프라하를 체험하자"고 화답했다.

내달 체코에서 두 번째 시선집을 발간하는 고씨는 이바나 보즈데호바 카렐대 교수(한국외대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환교수)의 요청으로 즉흥 시도 발표했다.

'여기에 온다는 것은/한 번 이상 온다는 것/여기에 머문다는 것은/1년 더 머문다는 것//세상의 도시들은 날마다 부풀어간다. /여기는 그럴 수 없는 곳/오래오래 저 스스로 피어나는/지상의 꽃//미움이 미움 이전으로 돌아가는 곳/나의 프라하.'('나의 프라하' 전문)

《프라하-작가들이 사랑한 도시》는 프란츠 카프카,얀 네루다,야로슬라프 하셰크,카렐 차페크 등 체코 문인 14명의 작품을 통해 19~20세기 프라하의 정취를 맛볼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문학 여행서다. 체코 거장들이 풀어놓은 풍자와 익살,반전 속에서 프라하의 역사와 문화,풍경도 엿볼 수 있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구시청사 벽면에는 600여년 된 천문시계가 있다. 유명한 이 시계 앞에는 늘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매시 정각이면 시계의 창문으로 12사도가 나타나는 것을 보기 위해서다.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로 여러 차례 거론된 소설가 알로이스 이라세크(1851~1930)가 쓴 소설 '구시가지 시계의 전설'은 이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소설에서 뛰어난 천문시계를 발명한 장인 하누슈는 프라하의 스타다. 그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시계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시장과 원로들은 끔찍한 음모를 꾸민다. 깊은 밤 자객들을 보내 하누슈의 두 눈을 뽑아 버린 것이다.

장님이 된 하누슈는 더 이상 시계를 만들 수 없게 되고 프라하의 천문시계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물로 남는다는 내용이다. 15세기에 만들어진 시계에 얽힌 전설을 소설화했다.

카를 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오해받는 한 남자의 이야기(야로슬라프 하셰크의 '정신의학의 신비'),나치 점령 시기의 프라하의 모습(이르지 바일 '멘델스존은 지붕 위에 있다'),전통 있는 재즈클럽을 찾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맞는 프라하 시민들(요세프 슈크보레츠키의 '워싱턴에서 온 테너색소폰 솔로')도 소설 속에 담겼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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