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목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⑩ 캐슬 프라하 작성일 2010-01-21 01:11:42
체코의 향취가 살아있는 음식과 하우스 맥주의 맛 ‘툴툴툴….’ 마차가 커다란 돌다리 위를 지나간다. 귀퉁이가 부서지고 쪼개진 것이 필시 귀족의 마차는 아니다. 작은 창문 사이로 승냥이의 눈빛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바깥을 응시한다. 구릿빛 피부의 마을 처녀들은 자신들의 풍만한 가슴을 출렁이며 갓길을 걸어간다. 마차 속의 눈빛이 반짝인다. 저 멀리 보이는 고딕 양식의 성 꼭대기에는 까마귀들이 마치 시체의 썩은 냄새를 맡은 양 날아다닌다. 이윽고 마차는 재재 떠드는 아이들 곁을 지나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철컥’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더러운 구두를 땅에 내려놓는다. 마부에게 동전 몇 닢 던지며 거친 소리를 지른다. 마을에는 기괴한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낯선 이방인의 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둥, 밤중에 개울가에서 무언가 씻는 것을 봤다는 둥, 벌써 처녀들의 가슴이 수억 도륙됐다는 둥. 초승달이 처녀의 새치름하게 다문 입처럼 걸린 어느날, 마을의 건장한 사내들이 살금살금 그 집으로 다가가 안을 엿본다. 방안에는 촛불 아래 검은 그림자가 춤을 추며 무언가를 나르고 있었다. 초르륵 따아~ 이상한 모양의 컵들이 잔뜩 쌓여 있는 방 안에선 잿빛 연기가 여러 번 피어올랐다. 이따금 사내와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두 다리가 후들거린다. 1842년 체코슬로바키아 필젠, 건축가 마르틴 스텔처가 이 남자를 찾아오면서 마을 사람들의 의구심은 풀렸다. 당시 그곳에는 커다란 양조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스텔처는 그 일의 책임자였다. 그는 유럽의 유명한 양조장은 모두 돌아보고 요제프 그롤이라는 젊지만 거칠고 퉁명스런 양조기술자를 고용했다. 마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성질은 고약하지만 실력만은 최고였던 그가 마이더스 왕의 금술에 비할 만한 황금 맥주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렇게 필젠 지방에서 만들어진 필스너 맥주는 맑고 투명한 맥주의 효시가 되었다. 이 맥주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2002년 8월, 소규모 맥주 제조장 운영이 법제화되면서 우리나라에도 하우스맥주를 파는 곳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lt캐슬 프라하&gt도 그중의 하나. 몇 명의 친구들이 돈을 모아 현재의 주인장을 전문 CEO로 영입했다. 대기업 다니다가 그만두고 자신만의 회사를 운영한 적이 있는 CEO는 그의 경험을 십분 살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더구나 맥주광이었던 주인장에게는 이일이 안성맞춤인 일이었다. 맥주에 대해 두루 공부를 한 그는 체코의 맥주가 세계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체코의 맥주를 선보여야겠다고 결심한 주인장은 체코 맥주의 맛을 여러 번 본 것은 물론 영화사를 찾아가서 장식용 검과 투구까지 살 정도로 준비 작업을 철저하게 했다. 유럽의 어느 지하 동굴로 이어지는 듯한 긴 계단을 딛고 내려가면 체코의 민속품과 벽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틈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체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은 그야말로 체코와 프라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 사는 체코인들의 향수를 달래 주는 것은 물론 체코 대사관의 각종 행사도 이곳에서 열린다. 사실 이곳에서 선보이는 40가지가 넘는 음식 중 체코 음식은 7가지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체코 음식이기에 가짓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 달 전에는 홍익대 앞에 프라하 시계탑과 같은 모양의 건물이 들어섰다. &lt캐슬 프라하&gt 2호점이 생긴 것이다. 최근에는 체코로 향하는 대한항공 직항편이 열려 프라하를 다녀온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들에게 꼭 한번 필젠에 가서 필스너를 만든 장인의 숨결을 느껴 보라고 소곤거리고 싶다. 당장 프라하로 떠나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그 맛을 생각하며 꿀꺽 침만 삼키는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lt캐슬 프라하&gt로 달려가라. 필스너 맥주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영업시간 월~목요일 오후 3시~새벽2시 / 금요일 오후 3시~새벽3시 / 토요일 오후 1시~새벽3시 / 일요일 오후 4시~밤 12시 메뉴 맥주 4천5백~1만9천8백원 음료 4천5백원 / 요리 1만3천~2만6천원 / 체코요리 1만6천5백~2만4천원 * 귀뜸 한마디 체코음식와 하우스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 프라하에 가지 않아도 그곳의 향취를 접할 수 있는 곳. 직장 동료들, 친구들과 맘 편하게 오기 편하다. 체코는 유리 공예도 유명한 곳이다. 입구에 각가지 예쁜 유리 공예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만원 대에서 십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 강력추천 친구들과 편하게 한잔 하고 싶은 분께 추천! 편한 소개팅 하고 싶은 분께도 추천!